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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계승 사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는 무엇을 깨웠는가 본문
과거를 복제하는 것으로 시작된 서사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10년 만에 돌아온 스타워즈 실사 영화로, 전설적 시리즈의 ‘제7편’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금세 익숙한 장면과 구조가 반복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데스스타를 연상케 하는 스타킬러 기지, 황량한 행성에서 시작하는 영웅, 그리고 어두운 가면을 쓴 적 — 이는 《새로운 희망》(1977)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구조다. 당시 많은 평론가들이 이를 "리부트가 아닌 리메이크"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 전략이 ‘잊히지 않기 위해 복제한다’는, 현대 프랜차이즈의 생존 방식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깨어난 포스>는 과거의 신화를 부활시키기 위해 과거를 재현함으로써, 오히려 현대 관객과 고전 팬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회복하려 한다.
레이와 핀, 새로운 주체의 등장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심 인물의 구성이다. 과거 스타워즈가 백인 남성 중심의 서사였다면, 이번엔 여성 주인공인 ‘레이’와 흑인 스톰트루퍼 출신의 ‘핀’이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다양성의 반영이 아니라, 시리즈가 세계의 변화를 수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레이는 더 이상 ‘구출되어야 하는 공주’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고 포스를 일깨우는 인물이다. 핀 역시 ‘제국의 병기’로 길러진 존재에서 인간성을 회복한 이방인으로, 관객과 가장 가까운 시점을 제공한다. 이들은 고전적 영웅의 역할을 공유하면서도, 전통적 남성 영웅 서사의 외곽에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어온다. 이는 영화가 스타워즈라는 오래된 우주 신화에 ‘현대적 얼굴’을 부여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카일로 렌, 분열된 악의 얼굴
카일로 렌은 전통적인 스타워즈 악당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 캐릭터다. 그는 다스 베이더를 숭배하면서도 끊임없이 불안정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자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는 단지 악역의 인간화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시대’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전의 제국은 체계화된 악의 시스템이었다면, 카일로 렌은 방향성을 잃은 세대의 분열된 상징이다. 특히 그는 레이와 마찬가지로 강한 포스의 자질을 지녔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흔들린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선과 악의 이분법을 해체하며, 오늘날 정체성의 혼란과 선택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의 불안정함은 우리가 사는 시대의 불확실성과 기묘하게 닮아 있다.
기억의 유령과 낭만적 복고
《깨어난 포스》는 이야기만큼이나 ‘이미지’에서도 복고를 강조한다. 촬영 기법부터 세트 디자인, 효과음까지 의도적으로 아날로그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밀레니엄 팔콘의 귀환, 한 솔로와 츄바카의 등장, 레아 공주의 모습까지, 이는 마치 ‘기억의 유령’들이 영화 안을 떠도는 느낌을 준다. 이 복고는 팬서비스 그 이상이다. 이는 세대 교체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한 솔로의 죽음은 단지 캐릭터의 퇴장이 아니라, 과거 서사의 끝을 의미하며 새로운 서사에 자리를 내어주는 의식이다. 이처럼 《깨어난 포스》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추억을 의식하며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복합적인 텍스트다. 낭만과 상실, 이어짐과 단절이 뒤섞인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단순한 ‘귀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설과 유산, 팬덤의 시대를 위한 영화
스타워즈는 더 이상 단일한 창작자의 상상에서 탄생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팬덤, 미디어 산업, 글로벌 시장이 함께 만드는 ‘유산’의 일부가 되었다. 《깨어난 포스》는 그 유산을 감당하고자 했던 첫 번째 디즈니 시대의 결과물이었다. 이 영화가 과거를 반복하면서도 다양성과 세대 교체를 강조한 이유는, 스타워즈가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조지 루카스의 손을 떠난 이후, 이 프랜차이즈는 더 이상 단일한 비전이 아닌, 팬들과 산업이 함께 공유하는 문화적 플랫폼이 되었다. <깨어난 포스>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정치적인’ 영화다. 시장의 요구와 감정의 유산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했던 그 상황 속에서, 영화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위한 균형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스타워즈의 시대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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