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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2024) : 죽음을 반복하는 존재, 삶을 되묻는 SF 사유극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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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2024) : 죽음을 반복하는 존재, 삶을 되묻는 SF 사유극

완숙계란 2025. 4. 3. 23:34

출처 : 나무위키

 

 

1. 서론: 봉준호 감독이 건네는 색다른 질문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은 동명의 SF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색깔은 꽤 다릅니다. 감독 특유의 시선과 감성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복제 인간 이야기가 아닌 ‘살아 있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었죠. <기생충>, <설국열차>를 떠올려보면, 이번 작품은 훨씬 더 조용하고, 철학적인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클론이라는 익숙한 설정도 봉준호 감독의 손을 거치니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사유의 장치가 되더군요. 무엇보다 주인공 미키 역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가 인상 깊었어요. 그는 한없이 순하고 무력해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저항과 생의 의지를 품은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엔 냉철한 우주 SF 같지만, 안으로는 아주 인간적인 감정을 다루는 따뜻한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2. 줄거리 요약: 반복되는 죽음 속,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


이야기의 배경은 멀지 않은 미래, 지구를 떠나 타 행성으로 이주한 인류가 새로운 터전을 개척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미키는 이 정착 임무에 투입된 ‘익스펜더블’, 쉽게 말해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고 죽으면 다시 복제되어 돌아오는, 그런 존재예요. 지금의 미키는 17번째 복제 버전이고요. 그는 이전 버전들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반복되는 죽음을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에게 남겨진 기억의 빈틈과 시스템의 이면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게 되죠. 그 의심은 곧 미키가 자신이 정말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이 시스템 안에서 계속 살아가는 게 맞는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시스템은 그를 단지 ‘기억을 담은 몸’으로 취급하지만, 미키는 조금씩 그 너머의 자신을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죽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살아 있기 위해’ 행동하게 됩니다.

 

3. 주제와 메시지: 나는 나일 수 있을까


이 영화가 가장 깊게 파고드는 주제는 바로 ‘자아’와 ‘존재의 의미’입니다. 미키는 복제되고 또 복제되며 생명을 이어가지만, 과연 그 모든 미키가 똑같은 존재일까요? 이 질문은 곧 ‘기억만 같으면 같은 사람일까?’ 혹은 ‘마음이 다르면 다른 존재일까?’로 이어지며 관객의 사고를 자극합니다. 영화 속 미키는 자꾸 죽고 되살아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자신이 누구였는지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그의 고통은 육체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데서 오는 두려움과 외로움이에요. 영화는 이런 미키의 여정을 통해, 존재를 기능으로만 규정하는 사회와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조심스럽게 담아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봉준호 감독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너는 존재 자체로 의미 있다”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남기는 울림입니다.

 

4. 결론: 낯설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SF 영화


미키 17은 익숙한 이야기 구조와 설정을 갖고 있지만, 전개 방식이나 정서 면에서는 꽤 낯설게 다가옵니다. 이야기 흐름도 전통적인 클라이맥스 구조보다는, 미키의 내면 변화와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흘러가요. 그래서인지 액션이나 전개보다는 심리와 철학, 분위기와 이미지로 남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느린 흐름 덕분에, 우리는 미키라는 인물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의 존재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에도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 그리고 한 개인의 고독한 싸움을 한데 섞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풀어냈습니다. SF 장르에 익숙한 분들에게도, 조금은 다르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일 거예요. 화려하진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정서와 질문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5. 개인적인 감상평


저는 이 영화를 보고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게 미키의 표정이었어요. 어떤 장면에서는 무표정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거든요. 외로움, 체념, 희망, 그리고 아주 조심스러운 용기까지. SF 영화지만 차가운 느낌보다는 마음 한구석을 조용히 찌르는 감정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는 전개가 느리고 난해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왜 그 느린 리듬이 필요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대단한 전쟁도,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지만,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마음을 지켜보는 영화였어요. 아주 섬세하고, 조용하고, 묘하게 따뜻한 영화.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고, 조용히 오래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